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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꾼걸까. 노란 원피스의 그녀는 어디로 간걸까'

자살을 시도하다 실패한 광고쟁이 와일리가 그녀를 찾아 방황할때 관객들도 같은 꿈을 꾼다. 그리고 손뼉을 치게 된다. 이런 짓궃은 작품같으니라고.

'컨택트'는 끊임없이 일탈과 반항을 꿈꾸고, 새로운 이성과의 만남을 꿈꾸는 우리의 본능을 얄궂게 묘사한다. 18세기 유럽에서도, 20세기 레스토랑에서도, 현대 뉴욕의 뒷골목에서도 남녀의 머리속은 언제나 똑같다. 귀족들은 그네를 타면서 은밀한 성적 판타지를 충족시키고, 중년의 수다쟁이 여인은 “움직이지 말라”며 욕을 퍼붓는 끔찍한 남편에서 벗어나려 일탈을 꿈꾼다. 잘나가는 마흔둘의 남자 와일리도 마찮가지다.

'컨택트'가 그려내는 것은 우리의 '욕망'이다. 그래서 우리의 속마음을 들킨듯, 당혹스럽고 그래서 유쾌하다. 마치 프로이트가 희곡을 썼다면 이랬을까.

'컨택트'는 실험적인 도전이 빚어낸  화학작용이 빛을 발하는 작품이다. 컨택트의 무대에는 노래가 없다. 대신 춤과 음악이 가득하다. 프라고나르 회화의 한장면, 레스토랑의 저녁식사 장면, 그리고 환상의 그녀를 찾아헤매는 한 남자의 꿈. 세 조각의 풍경이 춤과 음악으로 빚어진다. 초연의 어색함이 묻어난 1막과 2막의 부족함은 부인할 수 없지만, 3막의 에너지는 놀랍다. 

장현성의 찌질한 연기, 발레리나 김주원의 도도한 춤이 만나는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춤은 말을 하고, 음악이 살아움직이기 시작한다. 발레리나 김주원이 허리를 꼿꼿이 펴고 춤을 출때, 장현성이 그녀의 스텝이 호응하기 시작할때, 박자에 맞춰 발끝이 저절로 움직인다. 김주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색다른 재미도 있다.

“늦은걸 알았으니 낭비할 시간이 없어요” 막이 내리며 꿈속의 그녀를 만난 와일리는 더이상 주저하지 않는다. 내내 찜찜하던 마음이 풀리며 박수를 보내고 싶어진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 그 절대적인 생존의 이유를 잃어버린 현대인에게 던지는 유쾌한 도발. 컨택트는 놓치기엔 아까운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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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 크레딧이 올라간뒤에야 가슴이 먹먹해지는 영화가 있다. 일렁이는 파도처럼 여운이 남는 영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가 그렇다. '아무도 모른다'가 그랬고, '사후'가 그랬다. 2시간동안 마음속으로 고요히 들어와 작은 돌멩이를 던지고 간다. 하로카즈는 '죽음'이라는 소재를 반복해서 들먹이지만 매번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걸어도 걸어도'에서는 살아남은 이들의 고통과 쓸쓸함과 '살아가는 이들의 일상'을 그려낸다.

'걸어도 걸어도'에서 반복적으로 나오는 두개의 장면이 있다. 오즈 야스지로의 다다미 숏을 연상시키는 식구들의 식사장면, 그리고 시골집으로 향하는 계단을 오르는 장면이다.

허리를 숙인 카메라가 가족의 식사장면을 응시한다.  십수년전 바다에 빠진 아이를 구하려다 세상을 떠난 장남의 기일. 은퇴한 의사이자, 고집불통인 할아버지의 집에 모여든 가족들의 대화가 정겹지만은 않은 것은 그들이 공유한 '죽음'의 기억때문이다. 아무리 다른 소재를 꺼내도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말은 결국 잃어버린 장남으로 귀결한다. "그 녀석이 살아있었더라면..." 세상을 떠난 아이의 방을 아직도 치우지 않고 고히 간직하고 있는 두 노인에게 장남의 빈자리는 다른아이들로는 채워지지 않는 `깊이를 알 수 없는 공허감'일터.

웃음많고 밝은 어머니의 진심이 드러나는 장면은 집안에 들어온 나비를 쫓는 모습에서다. 넋이 나간듯 나비를 쫒는 모습은 그렇기에 더더욱 인상적이다. 가족의 상처는 1년의 한번씩 수면밖으로 드러난다. 웃고 떠들고, 밥을 꼭꼭 씹어삼키지만, 조금만 건드리면 그 상처는 툭하고 터져나온다. 가족의 짧은 식사모습을 통해 우리는 그네들의 삶을 들여다보게된다. 서로에게 쉽게 상처를 주고, 이해하지 못하고, 서로의 깊은 곳을 후벼판다.

시골집을 향하는 오르막 길. 영화의 시작과 함께 아이와 료타 부부가 오르고, 장남의 묘소를 찾으러 가며 노인과 료타 가족이 오른다. 1박 2일의 짧은 방문이 끝난뒤 아들내외를 떠나보낸 쓸쓸한 노부부는 또 오른다. 유난히 힘겨워 보인다. 노부부는 아들이 언제 다시 올런가 그날을 기다리지만, 료타 내외는 이제 1년뒤에나 오면 되지 않을까 되뇌인다.

영화는 많은 말을 하지 않는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롱테이크를 구사하지만 그 느릿한 전개는 관객들의 감정이입을 돕는다.

영화의 9할이 넘는 시간동안 꼼꼼히 묘사되는 가족의 1박 2일은 너무나 소중해서 버리고 싶은 장면이 하나도 없다. 엄마와 시집간 딸은 티격태격 다투며 음식을 만들고, 아이들은 먹을 것을 손에 쥐고 집주변을 뛰어다닌다. 아빠와 아이들은 수박을 깨뜨린다며 씨름을 하고, 푸짐한 오찬을 마친 남편은 낮잠을 잔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우리 인생의 찰나의 순간을 영화를 통해 잡아낸다. 우리의 삶이 이랬었지 하는 깨달음. 그의 영화가 주는 선물이다.

영화가 끝나고 창밖을 보니 눈이 내리고 있었다. 눈의 계절이 지나면 봄날의 나비를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 나비를 보면 영화속 풍경이 떠오를 것 같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그려낸 성기고도 농밀한 '풍경'이...


국과수를 다녀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이른바 원인불명 사망자의 원혼을 달래주는 곳이다.

일부러 아침도 먹지는 않았지만, 나름 시각적 충격에는 강하다고 마음을 먹고 그곳에 갔지만 가히 충격적이었다.

3개월 사회부 경찰팀 생활의 정점이라고나 할까.

아침 9시부터 부검대 위에 놓여진 사체들은 칼질과 톱질을 당했고 장기들은 공기속으로 나왔다가 다시 들어갔다. 별다른 표정변화도 없이 법의학자들은 부검을 이어갔다.

사자의 모습이 저렇게 형편없구나. 저렇게 쉽게 부서지고 갈라지는구나. 그리고 그 죽음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하루에 2~3명의 배를 가르고 사인을 분석하며 살아가는 이도 있구난 하는 먹먹한 느낌.


안내를 맡은 경찰청의 모 형사가 한마디를 던졌다. "부검을 당할 죽음은 겪지 않아야 겠다고" 짧은 탄식이 나왔다.

점심을 먹기는 나름 고역이었다. 입맛이 돌지 않았던 탓이다. 하지만 정신없는 오후일과를 마치고 나니 다시 저녁에는 입에 침이 고였다. 사람이란게 얼마나 무딘 존재인지.


짧은 사회부 경험을 통해 정말 다양한  세상의 이면을 배워가는 느낌이다. 일주일, 한달동안에도 정말 온갖 일들이 일어나고 갖가지 사건이 벌어진다.

취객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형사들을 밤마다 봐야했고, 처음보는 낯선 형사들과 농을 섞으며 말을 걸어야 했다. 매일 타지에 실리는 미담과 온갖 사건 사고기사에 감탄을 하고 자신의 능력부족에 탄식을 했다. 올겨울은 추웠지만 치열했다. 여전히 내가 조직에 해주는 일은 그닥 없어 보이지만, 하루하루 성장해간다는 느낌은 있다.

다행이었다. 오늘이 부검실의 비릿한 냄새마저 찬 공기속에 사라지게할 올해의 가장 추운 날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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